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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창조 신화 9편 - 호주 원주민의 드림타임

by 알고리3 2025.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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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의 드림타임(Dreamtime)은 단순한 창조 신화를 넘어서, 땅과 생명, 조상의 영혼이 함께 살아 있는 우주의 시간이다. 원시적 영성에서 현대 생태 철학으로 이어지는 드림타임의 세계를 탐험한다.

1. 시간 이전의 시간 - 드림타임이란 무엇인가?

‘드림타임(Dreamtime)’은 문자 그대로 ‘꿈의 시간’이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상상을 훨씬 초월합니다.
호주 원주민들에게 드림타임은
세상이 창조되던 시기이자,
지금도 여전히 흐르고 있는 우주의 실시간 현존
입니다.

 

이 시기에는 ‘드림팅(Dreaming)’ 존재들, 즉
동물, 식물, 인간, 땅, 하늘의 원형이 되는 토템 조상들
지구 위를 여행하며 노래하고, 걷고, 싸우고, 잠들며
세상의 모든 지형과 존재를 남겼다고 믿습니다.

이로써 세계는 ‘지어진 것’이 아니라
‘걷고, 노래하고, 기억됨으로써 존재하게 된 것’이 되었습니다.

 

 

2. 조상의 발자취로 그려진 세계

호주 원주민은 풍경 그 자체를 신성한 언어로 보았습니다.
언덕 하나, 바위 하나, 모래 언덕, 강줄기, 모두는
드림타임 속 조상들의 흔적이며,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이야기이자 신성한 텍스트입니다.

 

예를 들어, 무지개 뱀(Rainbow Serpent)은
하늘과 땅을 가르며 땅을 일구고,
강과 계곡, 언덕을 만들고,
그 위에 생명체들을 흩뿌리는 창조의 조상신이자 수호신으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신화는 특정한 장소와 연결되어 있어,
그 땅을 아는 것 = 그 신화를 아는 것이며,
삶과 믿음이 땅 위에서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3. 창조는 끝나지 않았다 - 노래로 이어지는 창조의 연속성

드림타임의 가장 특별한 개념은
창조는 과거에 완료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노래되고 기억됨으로써 유지되는 상태’라는 점입니다.

각 부족은 ‘노래길(Songlines)’이라 불리는
조상의 이동 경로와 의식을 담은 노래를 통해
세계를 ‘지속적으로 다시 창조’합니다.

 

이 노래는 단순한 문화가 아닙니다.
그 노래가 사라지면 땅도 사라지고, 존재도 소멸한다.
이는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의 지속이 기억과 노래에 달려 있다는 실천적 우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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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땅의 소유가 아닌, 땅과의 관계

드림타임 신화에서 땅은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며,
조상과 자신, 후손을 이어주는 영적 실체입니다.

그래서 호주 원주민들은 자신을
“그 땅의 후손”이 아니라 “그 땅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땅과 인간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드림타임 속에서 연결된 하나의 실재인 것이지요.

 

이 철학은 오늘날 우리가
‘자연을 보호한다’는 사고를 넘어서,
‘우리는 자연 그 자체다’라는 존재론적 전환을 일깨워줍니다.


5. 드림타임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

드림타임은 과거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가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한
그 시간은 흐르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 있습니다.

이 신화는
시간, 존재, 생명, 생태, 예술, 기억을 통합하는
가장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창조 세계관이자,
우리가 상실해버린 ‘삶과 우주의 연결감’을 회복하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땅을 걷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노래 위를 걷고 있다.”


시리즈 결말 - 인간, 신화, 그리고 창조의 질문

이로써 《세계 창조 신화 기행》 시리즈 9편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우리가 얻은 통찰은 명확합니다:

  • 창조는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속되는 기억과 행위다.
  • 신화는 사실과 거짓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과 세계관을 구성하는 내면의 지혜다.
  • 인간은 세계의 중심이 아닌, 세계의 일부이며, 그 리듬에 참여하는 존재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단지 신화가 아니라,
신화를 통해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창조 신화는 오래된 전설이 아니라,
오늘도 이어지는 살아 있는 인간 철학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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